김종윤
現 야놀자클라우드 대표 겸 야놀자 그룹 CSO
야놀자의 B2B 비즈니스 부문을 이끌고 있는 IT 전문 경영인입니다. 2003년 서울대 화학공학과를 졸업, 3M·구글코리아·맥킨지 등을 거쳐 2015년 야놀자 CSO로 합류합니다. 2021년부터 별도 법인으로 출범한 야놀자클라우드 CEO를 맡아, 현재 클라우드·AI 솔루션 등 야놀자의 B2B 중점 사업을 이끌고 있습니다.
전 세계 여행 산업의 혁신을 주도하는 한국 기업이 있습니다. 여행에 특화한 광범위한 데이터 인프라와 첨단 AI 테크를 무기로 한국을 넘어 글로벌 여가 시장 전반을 발 빠르게 공략 중인 이 기업의 이름은 ‘야놀자’.
국내 대표 여행 수퍼앱으로 이름난 야놀자이지만 업계에선 더 이상 ‘B2C 내수 기업’으로만 통하지 않습니다. 이미 전 세계 200여 개국 여행 사업자와 판매 채널에 클라우드 솔루션과 서비스를 공급, 전통 이커머스 방식에 머물던 관련 업계를 디지털화하고 버티컬 AI 사업까지 리드하는 ‘세계 수위권 B2B 기업’으로 더욱 알려져 있죠.
오늘 프롤로그는 2017년 야놀자에 B2B 클라우드 솔루션 사업을 도입, 10년도 되지 않아 야놀자를 글로벌 혁신 테크사로 탈바꿈시킨 IT 전문 경영인의 이야기입니다. 야놀자클라우드 CEO이자 그룹 사업 전략을 총괄하는 CSO, 김종윤님이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세상은 절대 관성대로만 흐르지 않습니다. 바뀌어야 할 건 언젠가 반드시 바뀌죠. 그 흐름에 올라타려면 개인이든 조직이든 언제나 자신만의 20%를 만들고 있어야 합니다.”>
김종윤님의 야놀자 합류는 2015년. 당시 2000억원 안팎이던 야놀자 기업 가치는 어느새 10조원에 육박, 유니콘을 훌쩍 넘어 이제 데카콘을 바라보고 있죠. 업계에서 그는 “B2B 비즈니스 대성공으로 야놀자의 쾌속 성장을 견인한 인물”로 회자됩니다.
그럼에도 그는 딱 잘라 이야기합니다. “어차피 일어날 일이 일어났을 뿐.” 그리고 거침없이 말합니다. “앞으로의 성공은 10배 이상 기하급수적일 것.” 10년간 막전 막후에서 야놀자의 성장을 진두지휘한 김종윤님이 정의하는 그만의 대담한 성공 방정식은 무엇일까요? 리멤버가 직접 만나 그의 야심만만한 커리어 여정과 함께 자세히 파헤쳐 봤습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야놀자 본사에서 만난 김종윤님/리멤버
Chapter 1.
메소드 연기로 리더가 된 극강의 I?!
$[김종윤님의 업계 별명은 ‘본투비 리더’. 실제로 그는 고교 3년 내내 반장을 도맡아 한 전형적 모범생이었습니다. 학업 성적도 우수해 1996년 서울대 화학공학과에 진학합니다.]
<"일을 잘한다는 건 결국 그 일을 안 하는 상태로 만드는 겁니다.">
업계에서 ‘본투비 리더’로 불리십니다. 고교 3년 내내 반장이셨다고요.
사실 리더십이라곤 ‘1’도 없는 아이였어요. 지금은 의외라고 느끼실 분이 많겠지만 중학생 때까지 상당히 강한 ‘I’(내향형)였거든요. 모르는 사람한텐 말 한마디 못 걸었고, 어디 나가서 발표하는 건 아예 불가능이었죠.
그런데, 사람이 진짜 변할 수 있더라고요. 고교 진학 무렵 집안에 큰 경제적 어려움이 생기면서 ‘능력이 없으면 굶어 죽을 수도 있겠다’는 불안이 커졌어요. 그때 소심한 제 성격부터 고치기로 하고 반장에도 도전해 본 겁니다.
성격까지 단번에 바꾸긴 쉽지 않았을 텐데요.
당연히 애를 먹었죠. 때문에 있는 그대로의 나를 버리고, 생판 다른 사람이 돼 보고자 노력했습니다. ‘나는 리더야’라고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면서 매일 메소드 리더 연기를 펼쳤죠. 신기하게도 제법 그 모습에 맞게 제가 진짜 바뀌어 나가더라고요.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고들 하잖아요? 저는 동의 안 하는 편이에요. 진정으로 바뀌려 하지 않을 뿐 정말 끊임없이 시도하면 충분히 바뀔 수 있다고 믿습니다.
대학에선 화학공학을 전공하셨습니다.
화학공학이란 학문이 참 재밌거든요. 대개 일반 공학에선 y=f(x)란 함수식의 f는 진리처럼 불변하는 개념이에요. 그런데 화학공학은 다릅니다. 여러 가설을 세우고 무수히 x와 y를 집어넣어 보면서 시시각각 최적의 f를 찾아내야 하죠.
지금 돌아보니 이게 바로 AI 방식이에요. 알파고 생각해 보세요. 엄청난 양의 기보로 x, y 데이터를 얻어 학습하니 인간이 전혀 예상 못하는 수를 두게 됐잖아요. 더구나 이젠 컴퓨팅 파워가 워낙 세져 AI가 만든 f의 설명력(R-Squared)이 사람을 압도합니다. 누가 더 빠르게 가설을 세우고 검증해 적절한 f를 찾을 수 있느냐가 관건인 거죠. 결국 그럴 듯한 가설들을 기민하게 세울 줄 아는 ‘직관’이 굉장히 중요해진 시대란 겁니다.
운 좋게도 전 어려서부터 유난히 직관을 선호하는 편이었습니다. ‘1+1=2’처럼 똑같은 답이 정해져 있는 건 재미도 의미도 없다 느꼈죠. 기존 규격에 좀 맞지 않아도 ‘이게 제일 맞을 텐데?’ 싶으면 무작정 해 보는 편이었죠. 저만의 가설이 맞아떨어지면 그때 기분은 이루 말할 것도 없이 좋았고요. 이렇게 말하고 보니 흔히들 말하는 ‘스타트업식 마인드’랑 애초부터 잘 맞는 인간이었던 것 같네요. (웃음)
$[2003년 김종윤님은 글로벌 제조사 3M에 입사합니다. 당시 케미컬 분야 중 가장 유망한 디스플레이를 주름잡던 기업에서 커리어를 시작한 겁니다. 하지만 그도 잠시, 돌연 SI(시스템 통합) 분야로 관심을 돌려 2년 만에 미국계 IT 전문 컨설팅사 베어링포인트로 이직합니다.]
졸업 직후 3M에 입사하셨어요.
전공 관련 일을 하고 싶었어요. 당시 케미컬 업계에서 가장 유망했던 게 디스플레이였고 그중 가장 ‘핫’했던 기업인 3M에 들어갔습니다. 굉장히 선진 기업으로 알려진 곳이었지만 비효율적인 구석이 남아 있어 많이 놀랐던 기억이 있어요.
구체적으로 어떤 비효율이었나요?
저는 LCD에 삽입하는 특정 필름의 담당자였어요. 수요를 예측해 사이즈별 생산량과 가격을 책정하는 일을 맡았죠. 헌데 여기 필요한 방대한 데이터를 죄다 손수 다루고 있던 거예요. 전 세계 LCD 종류가 어디 한두 개뿐인가요? 더구나 사이즈도 천차만별이잖아요. 작업량이 오죽했겠습니까. 이건 정말 아니다 싶었죠.
고심 끝에 솔루션을 찾았습니다. 간단했어요. 시스템화시켰습니다. SI 전문 업체와 제휴해 수동식 프로세스를 전부 시스템으로 자동화했어요. ‘하고 있던 일’ 상당수를 ‘안 해도 되는 일’로 만들어 버린 거죠. 이게 저한테 시사한 바가 굉장히 컸어요.
어떠한 시사점이었나요?
사실 찬찬히 되짚어 보면 우리 대부분의 업무는 안 하려면 안 할 수 있는 일들이에요. 각각의 프로세스를 파헤치다 보면 저처럼 시스템화할 구석이 군데군데 발견됩니다. 그도 아니라면 그 일에 더 적합한 동료들을 찾아 업무를 조율하거나, 타당성을 확실히 따져 불필요하다 싶으면 과감히 중단하는 길도 있을 테고요.
시간이 지날수록 확연히 깨닫습니다. 일을 잘한다는 건 결국 그 일을 안 하는 상태로 만드는 것이란 걸요. 더이상 그 일을 안 해야 딴 일도 할 수 있고 거기서 비로소 새로운 가치도 창출할 수 있잖아요? 때문에 일을 하던 대로만 계속 잘하는 건 사실 일을 잘하고 있는 게 아닙니다. 똑같이만 하면 일이 줄지 않죠. 그럼 그 일밖에 못하는 존재로 머물게 됩니다. 개인이든 조직이든요.
그래서일까요. 2년 만에 전혀 다른 분야인 컨설팅펌으로 적을 옮기셨습니다.
그 시점부터 무언가의 프로세스를 시스템을 통해 효율화해 내는 작업에 관심이 아주 커졌어요. 적성에도 더 맞다는 판단도 섰고요. 다행히 컨설팅펌에서의 업무 경험이 기대에 딱 맞았습니다. BPR, ‘비즈니스 프로세스 리엔지니어링’이라고 해서 고객사 업무 프로세스 전반을 혁신하는 업무였거든요. 특히 IT 분야 컨설팅 전문성이 높은 회사인 만큼, 주로 테크 기반 효율화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이때 다양한 케이스를 다뤄 보면서 혁신이란 게 얼마나 강력한 효과를 내는지도 목격할 수 있었습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야놀자 본사에서 인터뷰 중인 김종윤님/리멤버
Chapter 2.
“비효율을 제거하라” 구글에서 새긴 혁신의 DNA
$[2007년 김종윤님은 당시 세계 일류 IT 기업으로 도약하던 구글의 한국 지사에 합류합니다.]
왜 다음 이직처로 구글을 택하셨나요?
그때도 인터넷으로 제일 잘나가는 회사는 구글이었어요. 인터넷이 나온 지는 꽤 오래였지만 본격적 혁신 게임은 아직 시작도 안 됐다고 봤습니다. 구글이라면 그 혁신을 현장에서 몸소 체감하고 배울 수 있으리라 여겼어요.
이직 후 맡게 된 업무는 무엇이었나요?
처음엔 어카운트 매니저란 직책을 맡았어요. 간단히 말해, 거래처 관리가 주된 업무였는데 딱히 특별할 건 없었습니다. 좀더 많이 광고하라고 거래처를 설득하고 광고를 따면 오퍼레이션해 주는 역할이었죠. 그나마 성가실 만한 게 불법 광고물을 차단하는 일이었어요. 지금이야 기계가 다 알아서 해 주지만 당시엔 잘나가는 IT 회사들조차 대부분 수작업으로 걸러내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그때도 구글은 구글이더라고요. 관련 데이터를 쭉 쌓아 업무에서 일정 패턴을 학습하고, 그걸 활용해 기계가 알아서 하도록 다 바꿔 놨던 겁니다. 완전 요즘 방식이잖아요. 덕분에 저도 원래라면 해야 할 일을 안 할 수 있으니 좋았고, 마침 한국 지사는 조직 규모도 원체 작았으니 그 빈틈으로 다양한 직무를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그 밖에 또 어떤 기회가 주어졌나요?
이때 크고 작게 경험한 일들이 지금까지도 도움이 많이 돼요. 금융 데이터를 분석하고 재정 의사 결정을 돕는 파이낸셜 애널리틱스나, 신사업 개발도 일부 과정이지만 이때 경험해 봤죠. 개발자와 협업해 내부 소프트웨어 툴을 제작하기도 했고요.
애초에 구글 특유의 HR 제도부터가 이런 선순환을 뒷받침했죠. 당시 구글에선 업무 시간의 20%를 마음대로 쓸 수 있게 해 줬어요. 단순 복지 차원이 아니었습니다. 그 20%로 새 업무 잠재력을 발견하고 기존 업무에 쓰는 80%는 20%로 효율화해 남는 힘으로 새 일을 벌려 보란 의도였죠. 자기 역할을 끊임없이 바꾸고 확장해 가란 취지였던 거예요.
저도 적극 공감해 계속 기존 업무를 시스템화하는 데 주력했고, 동시에 제 쓰임을 하나하나 넓히며 고도화해 나갔습니다. 덕분에 저 개인이든 조직으로서든 혁신이 가져다 주는 성장과 보람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어요.
그럼에도 비교적 이른 시기인 2년 만에 구글을 떠나셨습니다.
아무리 용을 써도 저는 사이드에 머물 수밖에 없단 한계를 느꼈거든요. 저만큼 죽어라 빨빨거리며 새 포지션들을 경험한 사람이 많지 않았을 거예요. 그럼에도 저는 결코 코어가 될 수 없겠더라고요. IT 회사는 핵심 업무를 맡는 사람들이 계속 그걸 맡는 경향이 강해요. 저 같은 주변부 어카운트 매니저 출신이 그 코어에 끼기란 불가능에 가까웠죠.
때문에 아예 새 결심을 하게 됐습니다. 차라리 구글 같은 회사를 코어 멤버로서 직접 만들어 보자고요. 큰 비즈니스는 대략 30년마다 사이클이 돌아요. 굉장히 운 좋게 저는 그 상승 사이클을 주도하는 회사를 내부자로서 경험한 거잖아요? 젊은 혈기에 그 경험이 제대로 자극이 됐죠. 제 손으로 다른 영역에서 ‘제2의 구글’을 키워 내고 싶단 의지가 솟구쳤습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야놀자 본사에서 인터뷰 중인 김종윤님/리멤버
Chapter 3.
맥킨지 4년, 판을 뒤바꿀 DX의 흐름을 꿰뚫다
$[2009년 구글을 나온 김종윤님은 미국 아이비리그 명문 다트머스대 터크경영대학원에 진학합니다. 그리고 2년 뒤 MBA 수료와 동시에 세계 3대 경영 컨설팅펌 맥킨지에 합류, 다시 한 번 IT 전문 컨설턴트로 돌아갑니다.]
MBA를 마치고 돌연 컨설턴트로 복귀하셨어요.
당장은 구글 같은 회사를 키워 낼 역량이 없다고 봤으니까요. 경영학 지식은 물론 글로벌한 경험이나 네트워크가 전무하단 점도 취약점이었죠. 이 약점들을 하나씩 보완하려고 택한 게 MBA였습니다. 하지만 컨설턴트를 다시 하려는 생각은 애초에 없었어요.
그럼 왜 맥킨지에 들어가신 건가요?
MBA 도중 10주 정도 여름 인턴을 해야 했어요. 업계 선배들 추천으로 맥킨지를 다녔죠. 그런데, 그때 살면서 거의 처음으로 무력감을 느꼈습니다. 여태껏 ‘나는 항상 원톱이다’는 자신감으로 살아왔거든요. 마냥 근거 없던 자신감은 아니에요. 저를 겪어 본 동료라면 누구라도 인정합니다. 제가 진짜 열심히 일한단 걸요. 못 해낼 수가 없을 만큼 죽어라 하죠. 그럼에도 여긴 원하는 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더라고요. 승부욕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맥킨지에 정식 입사해 4년이나 눌러앉은 거예요.
무엇이 가장 어려웠나요?
컨설턴트는 전략을 짜는 게 핵심인 직무죠. 사실 전략 수립 자체는 그닥 어렵지 않았어요. 하다 보면 어느 정도 루틴이 잡히고, 역량만 갖추면 제법 수월히 해낼 수 있는 일이거든요. 진짜 어려운 건 따로 있었죠. 바로 같은 전략이라도 그 결과는 천차만별이었단 거예요. 분명 똑같은 전략인데 성과는 고객사마다 전부 달랐거든요. 더구나 당시로선 확신이 가득했던 전략도 지금 돌아보면 틀린 게 진짜 많았죠.
물론 그땐 최선이었겠지만 애초에 전략이란 건 절대 고정적일 수가 없던 거예요. 경제, 산업은 물론 가치관이나 생각도 시시각각 달라지는 게 세상인데, 겨우 두세 달 만에 올타임 백발백중 전략을 세운다는 건 말이 안 됐던 거죠.
결국 전략보단 실행이 훨씬 더 중요하단 걸 시간이 갈수록 절감했습니다. 전략을 진득히 실행해 보면서 나름 시행착오도 겪고 달라진 상황에 맞춰 튜닝도 해 나가야 비로소 진짜 성공 전략이 빚어진단 걸 깨달은 거죠. 그런데, 컨설턴트로선 한계가 있잖아요. 요즘이야 트렌드가 바뀌어 실행까지 곧잘 관여하지만, 그땐 전략만 치중했으니까요. 때문에 직접 필드에 뛰어들어 실행까지 이끌어 보고 싶단 생각이 점점 강해졌습니다. 더구나 그때쯤엔 제가 어떤 필드에서 몸을 풀어야 할지 확신도 분명해졌거든요.
그 필드가 어디였나요?
맡던 대다수 프로젝트 화두가 지금 말로 하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X)이었어요. 그리고 그 골자가 클라우드였죠. 당시만 해도 거의 모든 IT 서비스가 중앙 서버를 통해 자체 운영됐어요. 각자 개별적으로 데이터를 분산해 저장해 놓는 식이었죠.
헌데 클라우드란 개념이 등장한 마당에 이건 너무 비효율이잖아요. 외부 가상 서버에 데이터를 전부 모아 놓을 수 있고 로그인만 하면 거기 접속이 되는데 굳이 뭐 하러 PC에 따로 뭘 설치하나요. 이 합리적이고도 자명한 변화의 파급 효과가 어마어마하겠더라고요. 특히 이커머스 비즈니스에서요.
구체적으로 어떤 변화를 예상하신 건가요?
아예 이커머스의 판도가 뒤집힐 일이었죠. 오프라인에 둔 인프라들이 죄다 온라인으로 대체되는 거니까요. 실제로 이제 클라우드로 SaaS를 안 쓰는 곳이 없잖아요. 누구나 데이터에 편하게 접근할 수 있으니 B2B냐 B2C냐의 경계도 무의미해지는 거고요. 기존 방식이 다 무너지는 겁니다.
나아가 클라우드에 모인 데이터를 AI와 연결하는 상상도 가능했죠.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열리는 일이잖아요. 머잖아 다가올 생성형 AI 시대에 반드시 필요한 버티컬 AI와 데이터 솔루션을 구축하는 전략도 얼마든 그려 볼 수 있었죠.
지금 보면 너무나 자명한 일들로 보이시죠? 그러나 그땐 아무리 변화를 예고하고 줄창 부르짖어도 모두가 외면했습니다. “어떻게 설치가 필요 없냐” “SaaS란 게 가당키나 하냐”면서요. 그때마다 속으론 이렇게 항변했습니다. ‘세상은 당신이 믿는 관성대로만 흐르지 않는다.’ 얼른 플레이어로 뛰쳐 나가 이 관성을 직접 깨부숴 보자는 결심을 굳혀 갔습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야놀자 본사에서 인터뷰 중인 김종윤님/리멤버
Chapter 4.
야놀자 합류! ‘리스타트’의 선봉장으로
$[2015년 김종윤님은 당시 국내 대표 숙박 예약 플랫폼으로 부상하던 야놀자에 전격 합류합니다. 이 무렵부터 야놀자는 새 경영 슬로건 ‘리스타트’(RESTART)를 선포, 숙박 예약에 국한된 주력 서비스를 대대적으로 확장해 ‘여행 수퍼앱’으로서의 포지셔닝을 시도합니다. 김종윤님은 사업 전략을 이끄는 CSO는 물론 사내 거의 모든 C레벨 포지션을 역임하며 야놀자의 리스타트를 진두지휘합니다.]
<"대다수가 환경을 상수, 목표를 변수로 놔요. 그럼 안되는 이유만 늘어놓게 되죠. 저는 이걸 뒤집었어요. 그럼 나오는 얘기들이 달라집니다.">
합류 전까진 야놀자의 사업성을 부정적으로 보셨다고요.
2가지 한계가 보였거든요. 하나는 야놀자가 철저한 내수 기업이란 점이었어요. 기업이 큰 성장을 만들려면 일단 시장 크기 자체가 커야 합니다. 전 세계 여행 인구 10억이 각국 6000만 스팟을 여행하는 시장을 상상해 보세요. 어마어마하죠. 반면 한국인이 국내 여행만 하는 시장을 떠올려 보세요. 5000만명이 고작 수만 개 스팟을 다니는 정도죠. 절대적 시장 크기가 작다면 점유율을 아무리 높여도 금방 성장 한계에 다다르는 겁니다.
다른 하나는 DX에 꾸물대고 있단 것이었어요. 그때만 해도 야놀자 역시 전통적 B2C 이커머스 중 하나였습니다. 판매자(숙박업소)가 상품(빈 객실)을 올려 두고 파는 평범한 온라인 장터 중 하나였죠. 그 자체로는 다른 판매 채널과 다를 게 없었습니다. 고객한테 제공하는 핵심 데이터(객실 재고·가격 등)가 똑같은데 무슨 수로 차별화가 됐겠습니까.
그럼에도 야놀자에 합류하셨어요.
저 한계들을 부숴 낼 가능성도 발견했거든요. 그중 하나가 창업자의 의지였습니다. 합류 전까지 이수진 총괄대표님과 셀 수 없이 만나 대화했어요. 그때마다 글로벌 확장에 적극 공감하고 의지를 피력하셨죠. 사실 해외 진출이란 게 아무나 쉽게 할 일이 절대 아니거든요. 경영자가 조금이라도 겁을 내면 기업은 한 발짝도 밖으로 못 나갑니다.
이 바닥엔 ‘구글이 없다’는 점도 큰 이유였고요. 숙박 플랫폼 시장의 메이저 플레이어를 꼽으라면 떠오르는 곳이 있으세요? 없을 겁니다. 그나마 니치 마켓을 겨냥한 기업 몇몇만 있을 뿐이죠. 딱히 여긴 구글 같은 회사가 없는 거예요. 그걸 뒤집어 말하면 DX를 못하고 있는 게 우리뿐이 아니었단 겁니다. 모두가 올드한 방식으로 플레이하고 있던 거죠. 여기서 DX를 해내고 글로벌로 나갔을 때 우리가 주도할 혁신의 파급력이 어마어마했을 거란 얘깁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야놀자의 대대적 혁신을 예고한 ‘리스타트’ 캠페인이 제 고민을 크게 덜어준 계기가 됐어요. 어느 유명 기업이 ‘자식과 아내 빼곤 모두 바꾼다’는 각오로 엄청난 혁신을 이뤘다죠. 야놀자한텐 2015년 리스타트 선포가 그랬습니다. 총괄대표님을 중심으로 모두가 완전한 초심으로 돌아가 혁신하며 지속 성장이 가능한 사업 모델을 구축하겠다는 대외적 선언이자 스스로의 다짐이었거든요. 창업자와 기업 전체가 변화에 강력한 의지를 보인 만큼 제 전략을 마음껏 펼쳐 볼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당시 야놀자는 격동의 시기였죠. 그 때문인지 사내에서 굉장히 다양한 C레벨 직무를 맡으셨다고요.
제 역할은 ‘경영’이잖아요. 경영자는 한두 가지 분야만 이해하고 담당하는 기능 조직 리더와는 달라요. 개발·재무·전략·운영… 출신은 달라도 경영자라면 누구나 전체를 관장할 수 있어야 합니다. 운영은 잘하는데 개발은 모르겠다? 그럼에도 경영을 하겠다? 이건 불가능입니다. 때문에 회사에 이가 빠진 곳들이 있으면, 제가 기꺼이 메이크업을 하러 간 거예요. 전 경영자니까요.
여러 직무를 관통한 주요한 미션은 무엇이었나요?
야놀자 리스타트는 ‘모든 걸 바꿀 수 있다’는 선언이었어요. 관성을 깨고 해당 시점부터 우리가 정말 하고 싶고 해야 할 일들이 무엇이냐를 정의하는 일이었죠. 헌데, 그에 앞서 근본적으로 필요했던 게 있습니다. 그건 일종의 발상의 전환이었어요.
대다수가 상수와 변수를 이렇게 놔요. ‘처한 환경은 상수, 이루고픈 목표는 변수.’ 그럼 필연적으로 “이러저러한 이유로 우린 해당 목표를 이룰 수 없다”는 말이 나옵니다. 다시 말해, 안되는 이유만 잔뜩 늘어놓는 거죠.
저는 이걸 뒤집었어요. 목표를 상수로, 환경을 변수로요. 그럼 나오는 얘기들이 달라집니다. 목표 달성을 위해 뭘 바꿔야 할지 말하기 시작하죠. 이게 너무나 중요합니다. 제가 수행한 미션이란, 확고한 목표를 정하고 이걸 이루기 위해 바꿔야 할 것들을 하나씩 바꿔 나간 것뿐이에요.
서울 강남구 대치동 야놀자 본사에서 인터뷰 중인 김종윤님/리멤버
Chapter 5.
야놀자에 B2B의 날개를 달고, 글로벌 혁신을 리드하다
$[2017년 김종윤님은 야놀자에 새로이 B2B 비즈니스를 도입, 그 신호탄으로서 2년여 개발 끝에 자체 개발한 SaaS 클라우드 서비스를 출시합니다. 클라우드에 접속만 하면 각 숙박업소가 대실, 숙박, 체크인·아웃 등 객실 현황을 모니터링할 수 있고, 훗날 다른 솔루션들과 연동해 여러 채널로 분산된 객실 재고를 통합 관리하거나 실시간 최적가까지 도출할 수 있는 올인원 B2B 숙소 관리 솔루션이었죠. 업계에선 ‘B2C의 야놀자를 B2B 솔루션 기업으로 변모시킨 일대 혁신’으로 평가됩니다.]
야놀자의 B2B 솔루션 출시, 다소 의외였습니다.
제가 상수로 둔 목표는 ‘야놀자를 글로벌 원톱 트래블 테크 컴퍼니로 만든다’였습니다. 그 목표에 따라 2가지 과제가 나왔고 그 복합적 결과물이 바로 B2B 솔루션이었어요.
과제 중 하나는 ‘공급자의 DX’였습니다. 여행자한테 필요한 데이터는 공급자인 숙박업소들한테서 나오죠. 분산된 이들의 데이터를 우리한테 잘 가져올 체계를 구축하는 게 절대적이었고, 고로 DX가 반드시 필요했습니다. 그 핵심이 숙박업소들에 우리만의 SaaS를 만들어 공급하는 일이었죠.
그 다음이 ‘판매 채널 간 연결성 구축’이었습니다. 숙박업소는 객실을 여러 판매 채널에 올려 두죠. 때문에 재고나 가격을 조정하려면 각 채널을 전부 관리해야 하는데, 이게 얼마나 귀찮겠습니까? 저희 솔루션은 간단해요. 각 채널 데이터가 모두 동시적으로 연동되게 한 겁니다. 저마다 일일이 관리할 필요가 없게끔요.
$[B2B 솔루션의 약진을 계기로 2019년 야놀자는 2100억원에 달하는 투자를 유치, 기업 가치 1조원을 돌파한 유니콘에 등극합니다. 급기야 2021년엔 소프트뱅크로부터 2조원을 투자받아 데카콘을 넘보게 되죠. 막대한 투자를 기반으로 김종윤님은 각종 클라우드 서비스의 원천 기술을 공급할 M&A에 나서며 B2B 비즈니스 고도화에 박차를 가합니다.]
합류 4년 만에 야놀자가 유니콘으로 올라서며 괄목할 만한 성과를 만들었습니다.
성장 방향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인한 거죠. 이제 노선이 확실해졌으니 남은 일이 무엇이겠어요? 더 빠르게 달리는 겁니다. 전 경영에 있어 속도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믿어요. 시장은 늘 그대로 있지 않거든요. 물이 들어왔을 때 얼른 노를 저어야죠. 물이 빠지면 아무리 노를 저어도 헛수고입니다.
그래서 M&A에도 적극 나선 거예요. 물론 우리가 직접 할 수도 있지만 그만큼 스피드는 늦었을 겁니다. 실제로 각종 클라우드 기반 소프트웨어들을 속도감 있게 선보일 수 있었던 건 M&A의 공이 아주 커요.
하지만 M&A엔 그만큼 리스크도 따릅니다.
맞아요. 함부로 하면 절대로 안 되죠. 기업을 왜 팔겠어요? 자기들이 봤을 땐 별로니까 파는 거잖아요. 대개 M&A는 정말 위험한 일이에요. 다만, 저흰 실패하지 않을 거란 근거 있는 자신이 있었어요. M&A를 정말 잘하는 팀이 있었고, 포용적 문화도 잘 갖춰져 있었죠. 통합 프로세스도 무척 잘 구축된 편이고요. 세팅에 만전을 기했기에 우려도 덜했던 거죠. 물론 그럼에도 저희 역시 성공만 하진 않았습니다.
사실 리스크 대비 못지 않게 더욱 중요한 게 있어요. 바로, M&A로 이루려는 목표가 확실하고 구체적이어야 한다는 겁니다. 오해하는 분들이 있는데, 저희는 M&A로 그저 덩치만 불린 게 아닙니다. 가령, ‘산하정보기술’은 클라우드의 토대가 됐고, ‘인터파크’ 여행 사업 부문은 엔터테인먼트와 항공 분야로 영역을 넓히는 발판이 됐어요. ‘데이블’은 클라우드로 쌓은 데이터를 AI 엔진으로 만드는 핵심 기술을 제공했고, 작년 인수한 ‘고 글로벌 트래블’은 북미·유럽 영업망을 워낙 꽉 잡고 있어 그쪽 진출의 교두보가 됐습니다.
올해 7월 중국 항저우 장강경영대학원 유니콘 서밋에서 강연하고 있는 김종윤님/야놀자클라우드 제공
$[2021년 야놀자는 클라우드 서비스 사업 부문을 ‘야놀자클라우드’란 이름의 신규 법인으로 출범시킵니다. 그리고 이 신생 법인의 CEO로 김종윤님이 취임합니다. 그가 이끄는 클라우드 관련 매출은 B2B 비즈니스 급성장, 적극적 M&A 등이 맞물려 비약적으로 성장합니다. 2020년 그룹 전체 8%(157억원)에 불과했던 해당 매출은 2023년 22%(1733억원)로 급증, 액수로는 무려 11배 이상의 성장을 맛보게 됩니다.]
여행에 치명타였던 코로나 시기에도 가파른 성장을 이끄셨어요. 비결을 꼽는다면요?
숙박·레저 사업자들한텐 코로나가 치명적이었죠. 하지만 그들이 가만히 앉아만 있던 게 아닙니다. 그 틈을 타 줄줄이 DX에 나섰고, 그때 저희 SaaS 고객도 폭발적으로 늘어났어요. 뿐만 아니라 코로나 회복기엔 저희와 제휴하는 판매 채널도 급증했죠. 재작년 말 45개에서 올해 약 1만8000개로 늘었습니다. SaaS로 확보해 놓은 막대한 데이터가 탐났던 거죠.
그만큼 엄청난 위기였으니 가능했던 일입니다. 다들 손님은 없고 파리만 날리니 얼마나 절박했겠나요. 파괴적 혁신은 원체 경이로운 속도로 시장을 지배하죠. 다만 때를 잘 만나야 하는데 저희한텐 마침 그때가 타이밍이었던 겁니다.
그럼 타이밍이 가장 주효했던 걸까요?
아닙니다. 무엇보다 분명한 건 코로나가 아니었어도 반드시 바뀔 판이었다는 거예요. 바뀌어야 할 건 어차피 바뀝니다. 바빠 죽겠는데 곧 죽어도 모니터 10개씩 두고 객실 재고를 관리하겠다는 호텔이 있을까요? SaaS로 통합 관리가 가능한데도요? 절대 아니겠죠. 코로나는 하나의 계기일 뿐 결국 흐름은 거스를 수 없습니다.
더구나 저흰 그 흐름에 올라탈 만반의 준비가 돼 있었어요. 야놀자에 공감하는 각 분야 최고 인재들이 곳곳에서 합류해 혁신의 결과물을 만들어 냈거든요. 단적으로 재작년 야놀자 전체 테크 조직을 총괄하는 ‘한국인 최초 구글러’ 이준영 대표의 합류가 상징적이었죠. 이 대표 덕에 야놀자가 글로벌에서도 손꼽히는 수준의 데이터 솔루션, AI 역량을 갖추게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여하간 야놀자클라우드는 전 세계적으로도 경쟁사가 별로 없어요. 저희만 잘하면 앞으로도 계속 엄청나게 성장할 겁니다.
최근 미국 나스닥 인터뷰에서 야놀자의 버티컬 AI를 소개한 김종윤님. 당시 뉴욕 타임스퀘어에 마련된 나스닥 빌보드엔 김종윤님을 환영하는 문구와 사진이 게재됐다./야놀자클라우드 제공
Chapter. 6
‘10X’ 천명한 야놀자, 김종윤의 다음 혁신은?
$[2024년 1월 김종윤님을 비롯한 야놀자 경영진은 ‘10X’란 타이틀의 새로운 기업 미션을 선언했습니다. ‘데이터와 사람으로부터 탄생한 초연결된 여행 기술을 만들어 여행을 10배 더 쉽게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는데요. 여행 부문 선도 테크 기업으로서 보다 더 폭발적 성장을 꾀하겠단 의지로 해석됩니다.]
<"프로란 나만의 20%를 만들 줄 아는 사람">
야놀자의 새 미션인 ‘10X’,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죠?
심플하게 얘기해 ‘모두가 10배 이상 좋아질 것’이란 선언입니다. 여행자들은 10배 더 편리해지고, 숙박업소들은 10배 더 이윤을 올리며, 판매 채널들은 10배 더 생산성이 나아진다는 구상이죠. 서로 영역은 다르지만 각자 어제보다 오늘, 오늘보다 내일 기하급수적으로 더 행복해질 거란 개념이에요.
그 구체적 방법론이 무엇인가요?
기하급수적 성장은 인간 개개인이 죽어라 노력한다고 되는 일이 결코 아니죠. 지금 이 시점에선 오직 AI로만 달성 가능합니다. 저희가 만드는 그림도 바로 ‘데이터 기반의 AI 비즈니스’예요. 이미 저희 B2B 솔루션을 통해 숙박업소, 판매 채널들의 방대한 데이터가 쌓였고, 이 데이터가 B2C 고객들과 접촉하며 또 다른 파생 데이터들을 창출해 내고 있어요. 바로 이 데이터들로 무궁무진한 제2, 제3의 솔루션을 제공하는 겁니다. 가령, 객실가를 지금보다 훨씬 더 세밀하게 자동 책정해 줄 수도 있고, 판매 채널들한텐 데이터에 기반해 각종 흥미로운 콘텐츠를 만들어 공급해 줄 수도 있겠죠. 그도 아니면 각종 마케팅 전환율을 끌어올리는 데 기여할 수도 있겠고요.
이 과정에서 저희는 조력자로서 함께 성장할 겁니다. 허황된 얘기가 아니에요. 고객들과 경쟁해 서로 밥그릇을 뺏는 게 아니라, 이들이 저희 솔루션을 통해 추가적으로 더 많이 번 돈에서만 수익을 나눌 거니까요. 이미 상당 부분 현실화한 얘기들입니다. 저희 AI 비즈니스가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를 넘어섰습니다.
그럼에도 10배는 다소 과한 목표가 아닐까요?
아닙니다. 이 답변의 근거도 역시 AI에 있어요. AI 서비스의 마진율이 얼마인 줄 아세요? 최대 90%입니다. 스케일만 갖추면 원가는 데이터뿐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 어떤 소프트웨어를 개발해도 이 정도 마진율은 나오지 않아요. 심지어 저희 클라우드 서비스도 순익이 이만큼 크진 않았죠. 데이터를 들여오고 SaaS를 유지하는 데 비용이 꽤 나가니까요. 반면 특정 버티컬 영역에서 차별화된 데이터를 이미 직접 보유하고 있다면 AI 서비스의 원가는 크게 낮출 수 있습니다.
챗GPT 등 글로벌 AI와 경쟁해야 한다면 쉽지 않을 텐데요.
AI도 제너럴리스트와 스페셜리스트로 구분할 수 있어요. 전자가 챗GPT고, 저희는 후자에 속하죠. 일반적인 영역이라면 전자를 당해 낼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뾰족한 영역이라면 얘기가 다르죠. 왜냐? 구글이라고 저희 데이터를 갖고 있는 게 아니잖아요.
결국 저희를 차별화하는 건 데이터예요. 버티컬로 딥하게 들어가면 저희도 능히 우수한 AI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요. 실제로 이미 돈도 벌고 있고요. 지금 AI로 성장과 수익을 다 잡는 회사가 거의 없는데, 다들 제너럴리스트를 꿈꾸니까 그래요. 저흰 아주 자신 있는 길을 택했고 그게 효과를 냈을 뿐입니다.
2024년 4월 유튜브 채널 ‘ESQUIRE Korea’에 출연한 김종윤님/유튜브 캡처
$[2024년 11월 현재, 야놀자클라우드는 국내외 130만여 숙박 인벤토리를 약 1만8000개 판매 채널에 공급하고 있습니다. 이 중 글로벌 채널 비중이 99%에 달하죠. 근무 거점도 국외 비중이 높습니다. 한국을 포함 총 28개국 69개 오피스를 운영 중인데, 정규 임직원 4000여 명 중 절반가량이 해외에 상주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기업 경영’이란 꿈을 어느 정도 이루신 것 같습니다.
저희는 한국 비즈니스 비중이 4분의 1이 안 돼요. 유럽·북미가 압도적으로 크죠. 여행 시장이 가장 크고 발전한 곳이 이 두 지역이거든요. 여행이란 게 서구에서 먼저 시작했으니까요. 때문에 저희는 헤드쿼터도 죄다 해외에 있습니다. 실제로 SaaS 비즈니스는 인도, 커넥티비티·데이터 사업은 유럽과 미국이 헤드쿼터예요. 그쪽이 워낙 그 분야 선진국들이거든요.
이 세팅을 만드는 데 굉장히 많은 시간이 걸렸어요. 하지만 반드시 해야할 일이었죠. 한국에서 모든 걸 다 하는데 해외에선 사업만 한다는 건 불가능하거든요. 시간이 걸리더라도 기반을 제대로 닦는 데 주력했고, 저희 글로벌 비즈니스도 결과적으로 잘 안착된 듯합니다. 앞으로 더 가열차게 달려 봐야죠.
서울 강남구 대치동 야놀자 본사에서 새 CI와 함께 한 김종윤님/리멤버
같은 길을 걷는 후배 경영인들에게 조언을 주신다면요?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멈춰 있다는 건 곧 죽음이거든요. 위대한 기업들이 왜 나락으로 떨어지는지 아세요? 죄다 멈춰 있었기 때문이에요. 기업도 경영자도 멈추면 안 됩니다.
같은 맥락에서 해외 진출도 두려워만 해선 안 돼요. 지상 명령처럼 여기고 뚫어 내야죠. 국내 시장은 작아요. 일부 예외 산업만 제외하면 한계가 너무 명확합니다. 금방 성장이 멈출 텐데 그땐 뭐 할 거냐는 거죠. 이걸 진지하게 성찰해 봤으면 좋겠습니다.
김종윤님이 생각하는 ‘프로’란 무엇인가요?
==프로란 나만의 20%를 만들 줄 아는 사람==이에요. 항상 똑같은 일로만 100%을 채우면, 다른 새로운 가치를 찾아 발굴해 낼 수 없습니다. 그럼 자기 쓰임도 딱 거기까지인 거예요. 반복은 곧 대체됩니다. 대체 불가한 프로로서의 가치를 만들려면 루틴에서 벗어나 자신을 확장할 여지, 즉 20%를 만들 수 있어야 합니다. 꼭 직장인에게만 해당되는 얘기가 아니에요. 경영자도 마찬가지죠. 경영이 고이면 기업도 멈추고 죽으니까요.
쉽지만은 않겠죠. 하지만 바뀌어야 한다는 믿음, 바뀔 수 있다는 자신감이 중요합니다. 저도 그랬잖아요? 모르는 사람한텐 수줍어 말도 못 걸던 녀석이 고교 3년 내내 반장을 해냈고, 급기야 지금은 수천명이 몸담고 수백만이 즐겨 찾는 글로벌 기업의 리더를 하고 있으니 말예요.
그러니,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는 건 틀린 말입니다. 그리고 사실, 늘 똑같이 살면 무슨 재미로 살겠어요? 하루하루 멋지게 달라질 자신을 믿고 우리 신나게 놀아 보자고요. Hey! Let’s play!
프롤로그 주인공과의 협업을 원하시나요?
강연이나 사업 자문, 비즈니스 미팅 등 협업을 의뢰하고 싶은 분들은 ‘커넥트 신청하기’를 통해 구체적인 내용을 남겨주세요. 리멤버 팀에서 해당 주인공에게 전달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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