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찬
現 친환경 제설제 개발·생산업체 스타스테크 대표
‘불가사리로 만든 친환경 제설제’란 아이디어로 23살 때인 2017년 11월 창업, 연매출 230억원에 누적 매출 555억원을 기록한 사업가입니다. 서울대 화학생물공학과 14학번이자 1995년생으로 아직 서른이 안 된 ‘MZ 사장님’이기도 합니다.
불가사리로 6년간 555억원을 번 사람이 있습니다. 불가사리 양식업을 한 것도, 전문 수족관을 경영한 것도 아닙니다. 바로 불가사리로 친환경 제설제를 만들었습니다.
그 사람이 누구냐고요? 이력은 더 알쏭달쏭합니다. 제설업계에서 수십년간 잔뼈가 굵은 실무자 출신도 아니고,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다 겪은 노련한 사업가는 더더욱 아닙니다. 아직 채 서른이 안 된, 공대 출신 14학번 청년 사업가입니다.
<“스타트업식 팬시함을 쫓는 인재는 저희랑 안 맞아요. 저는 MZ답지 않은 고지식한 경영을 추구합니다.”>
MZ면서 꼰대력(?)은 기성세대 못잖은 오늘 이야기의 주인공! 바로 친환경 제설제 개발·생산업체 ‘스타스테크’의 양승찬 대표인데요. 리멤버가 직접 만나 짧지만 단단한 그의 창업 여정과, 일과 성공을 대하는 요즘 ‘MZ 사장님’의 생각을 귀담아 들어봤습니다.
서울 구로동 ‘스타스테크’ 사무실에서 인터뷰 중인 양승찬 대표/리멤버
Chapter. 1
23살 S대생의 무모한 도전! 불가사리로 환경을 구한다?!
과학고 시절 ‘불가사리 제설제’ 가능성 발견
“난 수학, 화학보단 넓은 시야와 언변에 재능”
고교 졸업 4년 만에 창업 도전장
불가사리와 제설제, 무슨 조합인가요?
일반적인 제설제는 환경에 안 좋습니다. 아스팔트, 콘트리트를 망가뜨리고 자동차를 부식시키는 주범입니다. 제설제가 눈을 녹일 때 ‘염화이온’이란 오염 인자가 배출되거든요. 이게 땅이나 하수도로 흘러가 생태계를 파괴하기도 합니다.
제설제 1t당 그 피해 복구 비용을 추산하면 3000달러(약 400만원)에 달합니다. 한국의 1년치 제설제 사용량만 30만~40만t이고, 미국은 무려 2000만t이 넘습니다.
그런데 염화이온을 잘 흡착해내는 물질이 바로 불가사리 안에 들어있어요. 이 물질을 추출해 제설제에 첨가하면 염화이온을 억제할 수 있습니다.
무슨 물질이요?
‘다공성 구조물’이란 건데요. 쉽게 말해 벌집처럼 작은 구멍이 많이 난 구조물을 가리킵니다. 불가사리의 골격 구조가 딱 그러한데요. 불가사리의 이 구조물이 흡착 효율이 특히 좋습니다.
그런데, 불가사리한텐 무슨 죄가 있나요?
불가사리를 특별히 미워하는 건 아닌데요. (웃음) 불가사리를 원료로 활용하는 게 사실 환경에 도움이 됩니다. 번식력이 너무 강한 데다 지구 온난화로 천적이 사라져 개체수가 너무 많아졌거든요. 조개나 전복을 닥치는 대로 먹어 국내 양식업에 주는 피해만 연간 4000억원대입니다.
정부에선 일부 종을 ‘해양 생태계 교란 생물’로 지정했어요. 어민한테 거둬들이는 이 불가사리들이 한해 4000t 정도 되는데, 이중 약 10%를 저희가 넘겨받아 제설제 생산에 쓰고 있습니다. 원래 돈까지 들여 폐기할 것들이죠. ‘쓰레기로 환경을 구한다’는 비전이 생겨난 이유입니다.
아이디어는 어떻게 찾으셨나요?
고등학교 때 한 연구에서 나온 아이디어입니다. 경기과학고를 다녔는데, 입학 당시가 막 영재고로 전환된 시기였죠. 변화가 많았습니다. 대학처럼 원하는 수업을 비교적 자유롭게 들을 수 있었고 빈 시간을 활용한 연구도 가능했죠. 고려대·성균관대 합작 연구에 고교 연수생 신분으로 참여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 불가사리 제설제의 가능성에 눈을 뜨게 됐죠.
<“뛰어난 언변에 넓은 시야… 두 장점 종합해 창업을 꿈꾸게 됐습니다.”>
고교 졸업~창업까지 4년이 채 안 걸렸어요. 결정이 너무 빨랐던 건 아닌가요?
아이러니하게도 제 장점이 아니라 한계부터 명확히 느꼈기 때문에 꿈을 남들보다 빨리 정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어린 나이에 너무 특출난 친구들을 봤거든요. 학교에서 수학을 제일 잘하는 친구가 전 세계에서 수학을 제일 잘했어요. 화학을 잘하는 친구는 세계 화학 1등이었고요.
물론 꼭 1등을 해야만 그 분야 일을 잘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너무 어린 생각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그 어린 마음에 ‘공부는 노력해도 내 특장점이 될 순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이후론 제 상대적 강점이 뭘까 많이 고민했어요. 그러다 스스로 찾은 장점 중 하나가 ‘말을 잘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얘기하면 공부를 못하는 친구도, 잘하는 친구도 모두 묘하게 집중을 해주더라고요. 또, 저는 특정 사안을 큼직하게 확대해서 바라보는 데 특화된 성향이 있었습니다.
이 둘을 종합하니 그게 ‘경영’이더라고요? 사람들이 제 비전에 공감하도록 설득하고, 나아가 그 비전의 잠재력을 끊임없이 키워나가는 일이니까요. 때문에 자연스레 창업을 꿈꾸게 됐습니다. 매학년마다 장래희망란엔 ‘이공계 CEO’를 적었죠.
마음만 먹는다고 되는 건 아닐 텐데요.
운 좋게도 현실적 조언들을 많이 들을 수 있었습니다. 대학 때 저희 과의 한 교수님 덕분에 그분의 동기이자 당시 롯데BP화학(현 롯데이네오스화학)의 전문 경영인을 소개받을 수 있었어요. 주말마다 만날 기회가 주어져 값진 조언을 많이 들었습니다. 여타 벤처 창업가 모임에도 참여해 선배 창업인들, 대기업 임원분들도 많이 만났습니다.
대학생 신분으로 만나기 힘든 분들을 자주 만날 기회가 생겼던 건데요. 이미 꿈을 이룬, 혹은 꿈을 향해 걷고 있는 선배들을 만나 구체적으로 어떤 마음과 사고방식으로 사업을 꾸려가야 하는지를 배울 수 있었습니다. 창업 동아리도 하며 나름의 실전 경험도 쌓았고요.
‘스타스테크’ 앞으로 수거된 불가사리들/스타스테크
Chapter. 2
2달간 14만km 발로 뛴 결과, 삼천만원이 용인 집 한 채로?
군 시절 불가사리 제설제로 창업경진대회 최고상
군대 동기 셋이서 창업… 부사관도 삼천만원 투자
“탁상공론 멀리하고 현장 중심… 아이디어는 즉각 시행”
창업 계획은 어떻게 구체화했나요?
원래 계획은 대학 졸업 후 창업이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당장은 대학을 졸업할 운명이 아니었나 봅니다. 2016년 초 입대했는데 당시 군에서 선진화를 추진하며 군 창업을 장려했거든요. 마침 운때가 맞은 거죠.
군 창업 문화로 대표적인 나라가 이스라엘이에요. 몇몇 부대는 아마추어 수준을 넘어 창업 성과가 아주 우수하기로 유명합니다. 한국도 그런 문화를 따라해보자고 해서 나온 아이디어가 ‘국방창업경진대회’였습니다. 제가 이등병일 때 1회 대회가 열렸어요. 그땐 엄두도 못냈지만 다음 대회 땐 상병이었으니 동기 3명을 꼬드겨 함께 출전했습니다. 불가사리 제설제 아이디어를 들고 나갔죠.
대회 결과는 어땠나요?
최고상인 참모총장상을 받았습니다. 저희만 받은 건 아니고 상위 10개팀이 모두 받았어요. 나아가 이 팀들엔 중앙정부가 개최하는 ‘도전! K-스타트업’이란 창업 대회에 참가할 자격이 주어졌어요. 이 대회는 준비를 더 오래한 쟁쟁한 민간팀들과 경쟁해야 했습니다. 여기선 특별상격인 국방부장관상을 탔어요. 참고로 현재 수액 음료로 유명한 ‘링티’도 당시 같은 상을 받았고요.
대회를 통해 나름의 자신감도, 부족함도 느꼈습니다. 이 과정에서 창업 계획을 구체적으로 다듬을 수 있었습니다. 제대 후 대회에 같이 나갔던 동기들한테 실제 창업을 제안했어요. 주도자인 제가 4000만원을 가져오고, 나머지 3명은 2000만원씩 보태서 총 1억원을 만들어 시작하자고 했죠. 그러나 적은 돈이 아니기에 그중 1명은 결국 함께 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던 차에 제 직속 상관이었던 부사관이 저희 사업을 믿고 선뜻 3000만원을 투자해주셨습니다. 그렇게 총 1억1000만원의 자금으로 2017년 11월 창업하게 됐습니다.
그 부사관은 돈 좀 벌었나요?
꽤나 버셨습니다. (웃음) 중간중간 나눠서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했고, 용인에 집 한 채 살 정도는 마련하셨다더라고요.
본격적인 창업 얘길 들려주세요.
일단 시장 공략 지점을 살폈어요. 국내 친환경 제설제 시장은 연간 1000억원 규모인데 그중 민간이 400억원, 관이 600억원입니다. 파이가 큰 쪽에 집중하기로 했죠.
그런데 관 시장은 스타트업이 뚫기 굉장히 어렵습니다. 고정된 선택을 바꾸는 게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닌 데다, 관에 확고한 영업·유통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하기 때문이죠. 그게 없으니 처음엔 발로 많이 뛰었습니다. 차 2대를 리스해서 전국 500~600개 기관을 돌아다녔습니다. 2달 만에 주행 거리 14만km를 찍었습니다.
찾아가면 주무관님들이 죄다 컴퓨터 키보드만 두드리고 계셨어요. 제품 카탈로그를 드리고 설명을 해도 쳐다도 안 봅니다. 설명이 끝나면 “끝났어요? 가세요~” 하는 게 다반사였죠. 아무래도 영업하겠다고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았을 테니 그러려니 했죠.
그래도 꾸준히 찾아갔습니다. 첫날은 문전박대여도, 다음날엔 설명이라도 들어주고, 다다음날엔 커피라도 얻어마실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계속 두드렸더니 창업 1년 만에 처음 관급 주문을 받았습니다. 같은 방식으로 발주처를 조금씩 확보해나갔습니다.
지금도 그런 식으로 영업을 해나가요?
아닙니다. 더 영리하게(?) 영업할 방법들을 찾았습니다. 일단 정부에서 받을 수 있는 핵심 기술 인증을 거의 다 받았어요. 때문에 지자체가 친환경 제설제를 구입할 때 저희 제품을 사면 구매 가점이 가장 높아 유리합니다.
덕분에 그때처럼 발로 뛰는 영업에 열을 쏟지 않아도 관에서 알아서 저희 제품을 사는 경우가 많아요. 그 결과 현재 관급 친환경 제설제 시장 점유율 약 30%로 1위입니다.
‘스타스테크’ 사무실에 걸려있는 각종 상장과 기술 인증서/리멤버
좋은 취지만으로 시장을 뚫기란 어려웠을 텐데요. 다른 경쟁력이 있었나요?
기본적으로 제설 성능 자체가 더 뛰어납니다. 기존 친환경 제설제는 부식 방지제를 전체 용량에서 50~60% 넣는데 부식 억제 효율은 30% 아래입니다. 저희는 부식 방지제를 3분의 1도 채 안 넣는데 성능은 29배 더 뛰어납니다. 불가사리를 무상으로 얻는 만큼 거기서 아낀 원가로 최고급 제설 원료를 사용하는 덕분입니다.
<“완벽하게 준비하기보다, 어떻게든 실행해 반 발짝이라고 더 나가고자 했습니다.”>
초기 사업 과정에서 얻은 가장 중요한 깨달음은 무엇이었나요?
사업하는 분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일이 있다고 해요. 어느 정도 성취를 이루면 ‘내가 이 시장 니즈의 90% 이상은 파악하고 있다’고 스스로 착각하는 일입니다. 그런데 사실은 거의 절반도 파악을 못하고 있다 봐야합니다. 경험담 하나를 말씀드릴게요.
제설제는 톤백*에 담겨 납품이 됩니다. 이후 그 톤백을 뜯어 제설제를 제설 트럭에 붓고, 그 트럭이 도로를 주행하며 제설제를 살포합니다.
$[📌 톤백: 곡식이나 모래, 화학 원료 등을 약 1t까지 담을 수 있는 대형 마대자루]
이 과정을 들여다 보니 기막힌 생각 하나가 떠오르더군요. 바로 톤백 자체에 배출구를 다는 아이디어였습니다. 보통 톤백을 찢어서 트럭에 붓는데, 배출구가 있으면 그 과정도 쉬워지고 톤백도 재활용할 수 있어 일석이조겠구나 생각했어요.
바로 이 아이디어를 적용한 톤백으로 현장 테스트를 받아봤어요. 그런데 웬걸 바로 쌍욕이 돌아왔어요. 배출구에서 제설제가 나오도록 기다릴 시간이 없다는 거예요. 톤백을 낫으로 잘라 들이붓는 게 훨씬 더 빠르고 편하다는 겁니다. 오히려 배출구가 있으면 낫질에 방해만 된다고도 했고요.
이때 깨달았어요. ‘일단 부딪혀보고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야만 알 수 있는 게 절반 이상이구나.’ 탁상공론이 길어진다고 해서 절대 50%를 100%로 채울 수는 없겠더라고요.
이후론 더 완벽하게 준비해서 가장 빠른 길로 가려 하기보다, 어떻게든 빠르게 실행해 반발짝이라도 더 나가는 걸 사업의 기본 태도로 삼고자 했습니다. 신중을 기하면서 가만히 있는 것보단 어떻게든 내딛은 한걸음이 목적지에 더 가깝게 만들고, 다음 걸음을 위한 러닝도 알려주니까요.
또 한가지는 의연한 태도입니다. 사업하는 선배들이 흔히들 얘기하는 게 “대표는 힘들어도 힘든 티를 내면 안 된다”입니다. 자칫 조직원들이 위기를 훨씬 크게 받아들이고 무너져내릴 수 있기 때문이죠. 그런데 저는 그보다 더 중요한 게 이거라고 봅니다. “대표는 큰 성취가 있어도 크게 기뻐하면 안 된다.”
대표는 잠깐 기쁨을 누린 뒤 다시 앞으로 나아갈 관성적인 힘이 아주 강할 수밖에 없죠. 그러나 조직원들은 이 모멘텀을 비교적 쉽게 잃을 수 있습니다. 때문에 저희 회사는 어떤 성취를 이뤘을 때 제가 대놓고 기뻐한다든지, 파티를 연다든지 했던 적이 한번도 없었습니다. 늘 의연한 마음가짐인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정부 주관 창업 대회 ‘도전! K-스타트업’에 참가한 시절의 양승찬 대표/스타스테크
Chapter. 3
창업 6년만 연매출 235억 기업으로!
2019년 10억→2023년 235억 연매출
불가사리로 화장품, 비료 사업도 진출
“바늘 아닌 부채꼴 점유율 차지가 목표”
돈은 잘 벌리고 있나요?
창업 후 현재까지 총 555억원가량을 벌었습니다. 6월 결산 기준으로 2019년 첫 10억원 매출을 찍었고, 2020년 30억원, 2021년 110억원, 2022년 175억원, 올해 235억원을 달성했습니다. 규모는 커지고 있지만 성장 속도는 줄고 있긴 합니다. 때문에 신사업으로 상승 곡선을 유지시키려 하고 있습니다.
투자 업계 돈줄이 마르면서 매출보다 이익이 중요해졌다고들 하는데요?
초기부터 ‘매출보단 이익이 중요하다’는 마인드로 경영해왔습니다. 때문에 창업 이후 지금껏 딱 두 시즌만 적자였습니다. 직전 시즌엔 신사업인 화장품 사업부 때문인데 필요한 투자로 인한 예정된 적자였습니다. 재작년 시즌의 적자는 중국발 원자재 가격이 폭등했을 시점의 일이었어요. 소금 원료 가격이 2배나 올랐거든요.
관급용 제설제는 보통 수의 계약으로 납품됩니다. 때문에 미리 가격이 정해진 탓에 그 시점에서 팔면 무조건 적자인 상황이었죠. 그럼에도 그냥 적자를 보고 팔았습니다. 시장 점유율을 키워나가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거래를 중단할 수가 없었거든요. 그때 얻은 교훈으로 원자재 리스크를 피할 수 있도록 중국 현지 선매입 등을 통해 원료 수급을 조절하기 시작했습니다.
불가사리로 제설제 말고 다른 사업도 하신다고요?
화장품 분야에 진출했어요. 불가사리에서 콜라겐을 추출할 수 있다는 건 화장품 업계에서도 유명한데요. 이 콜라겐을 표피 아래 진피까지 도달시킬 수 있느냐가 관건이었죠. 이게 기존엔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는데, 이 콜라겐을 진피까지 잘 옮기는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콜라겐을 담을 새 전달체를 만들었죠. 그간 콜라겐을 진피까지 담을 수 있는 전달체가 없었거든요.
이 기술을 바탕으로 2021년 ‘라보페’라는 신생 화장품 브랜드를 만들었으나 지속 가능한 사업 방식은 아니라고 봤어요. 신생 브랜드 중 5년 이상 기억에 남는 게 거의 없잖아요. 이때 제 머리 속에 떠오른 게 ‘고어텍스’였습니다. 패션이 아니라 원단이 브랜드가 돼 대성공한 사례죠. 이를 참조해 저희도 ‘페넬라겐’이란 화장품 원료 브랜드를 만들었습니다.
처음엔 원료 자체를 최종 상품으로 팔았는데, 그러다 보니 시장 규모가 너무 작아지더라고요. 전 세계 화장품 시장 규모가 총 400조원인데 그중 원료 차지 비중은 극히 작아서, 만약 우리 원료가 1원이라 하면 400억짜리 시장에 불과하더라고요.
생각을 전환해 원료를 화장품 브랜드사에 원가로 주는 대신 로열티를 받는 걸로 전환했습니다. 그럼 시장 규모는 다시 400조원이 될 수 있으니까요. 국내외 10여개 브랜드사와 로열티 계약을 맺었는데요. 아직 자사 브랜드 매출이 더 크지만 향후 메인 매출은 로열티에서 나오리라 기대합니다.
불가사리로 비료도 만드신다고요?
불가사리를 제설제와 화장품 원료로 쓰기 위해 분해하면서 만들어지는 폐액을 활용한 겁니다. 불가사리의 모든 걸 털고 있는 거죠. (웃음) 사실 매출을 많이 만들어주는 사업부는 아닙니다. 대신 기업의 이념을 완성시키는 비즈니스로 간주하고 있습니다.
궁극적으로는 전반적 폐자원들을 친환경 소재로 탈바꿈하는 사업을 하고 싶습니다. 친환경 불가사리 제설제 사업에 국한되지 않고 친환경 케미컬 사업을 하고픈 거죠. 현재도 폐자원을 일반 케미칼 원료로 재생시키는 사업에서 연간 20억원 정도의 매출을 내고 있습니다.
특히 현재 연구·개발 중인 폐인산 재생은 우리 회사가 스스로 수요처가 될 수 있는 사업이기도 합니다. 현재 제설제 첨가 원료로 폴리 인산염을 중국에서 수입하는데, 이를 우리가 재생한 원료로 대체하는 거죠. 빠르면 내년엔 사업화가 가능하다고 봅니다.
제설제로 해외 진출도 한 걸로 압니다.
현재 일본에서 연간 5억원가량의 매출이 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향후 제일 기대되는 건 캐나다입니다. 캐나다는 제설제 시장 규모가 가장 큰 나라예요. 캐나다의 대도시 시청 하나가 쓰는 제설제가 우리나라 관청 전체가 사용하는 제설제 규모보다 큽니다.
그런데 캐나다 시장엔 큰 허들이 있어요. APL(Approval Product List)이란 산업 인증 제도가 있는데, 다른 나라 친환경 제설제가 여기 등재된 사례가 한번도 없는 것으로 알아요. 이곳에 올해 초 저희 제품이 등재됐습니다. 쉽게 말해 그쪽 도로공사에 저희 제품을 판매할 권한이 주어진 겁니다. 캐나다 제설 업계에선 핫한 업체가 됐습니다.
다만 당장 매출이 발생하긴 어렵습니다. 캐나다는 5~10년 단위로 도로 유지·보수·관리 계약을 체결하는데, 기업들이 예산을 미리 짜고 입찰하기 때문에 중간에 변경이 어려워요. 때문에 신규 입찰이 나올 때를 기다려야 합니다.
<“제 목표는 케미컬 시장에서 바늘이 아니라 부채꼴의 점유율을 차지하는 겁니다.”>
장기적 비전과 꿈은 뭔가요?
케미컬 산업 대부분의 회사가 대기업이에요. 케미컬은 흔히 ‘인프라 시장’으로 통합니다. 인프라가 없는 신생 기업은 비집고 들어갈 틈이 거의 없어요. 지금까지 뾰족한 아이디어로 바늘 같은 점유율을 차지한 회사들은 있었지만 그 이상의 성공은 없었죠.
제 목표는 케미컬 시장에서 바늘이 아니라 부채꼴의 점유율을 차지하는 겁니다. 그리고 그 기회가 지금이라고 생각해요. 일단 정책적으로 그렇습니다. 2025년 무렵부터 각국 탄소배출권 시장이 곧 본격적으로 활성화됩니다. 탄소배출권 가격이 세지면서 탄소 배출 규제도 잇달아 강화될 거예요. 이때 중소기업이 친환경 기술을 빠르게 개발하고 선점해 있다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해 대대적인 시장의 선택을 받을 수 있겠단 담대한 생각이 듭니다.
기후 변화 그 자체도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온난화 때문에 제설제 시장이 위축될 거라고 쉽게들 생각합니다. 하지만 사실 온난화의 결과는 여름과 겨울의 장기화입니다. 더위와 추위가 더욱 혹독해지기도 하고요. 이를 틈타 더욱 공격적인 확장이 가능하리라 봅니다.
‘스타스테크’의 한 생산 공장에서 제설제가 만들어져 마대자루에 담기고 있다./스타스테크
Chapter. 4
MZ 사장님의 가장 큰 고민은?
더 큰 규모로의 회사 위한 조직문화적 고민 많아져
해외 시장 성과 내는 것도 속도 내야
“MZ 답지 않은 고지식한 경영이 돌파구될 것 믿어”
지금 시점의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인가요?
먼저 조직문화적인 고민입니다. 회사 규모가 커졌고, 특히 2025~2026년에 계획 중인 상장을 위해 내부 통제 시스템도 더 가다듬으면서, 기존의 자유분방함이 누그러지고 조금은 정제된 분위기의 회사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초반엔 그저 발로 뛰기만 하면 됐는데 이젠 각종 서류를 챙기며 일해야 하다 보니 크고작은 어려움과 불만들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나름의 성장통이란 생각이고요.
다음으론 해외 시장의 성과 속도 문제입니다. 국내보다는 확실히 속도가 더디긴 합니다. 물론 본격적으로 해외 시장에 진출한 지는 3년도 채 안 됐지만요. 캐나다 APL 등재도 그렇고 회사 전체적으로는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 생각하지만, 해당 사업부 직원들 입장에선 더욱 손에 잡히는 성과를 빨리 만들고 싶어합니다.
어떤 인재가 필요한가요?
현 단계로선 스타트업스러운 팬시함을 추구하는 인재들은 저희 회사완 잘 맞지 않을 것 같습니다. 대표는 굉장히 젊고 팬시한 스타일인데… (웃음) 애초에 저희는 바탕부터 올드한 화학 제조업입니다.
다만, 저희가 추구하는 가치는 매우 비전 있으면서 뚜렷합니다. 요즘 ESG가 급부상하는 것과는 별개로 환경적 가치는 유행을 타지 않으니까요. 사실 획기적인 기술조차 시대 흐름에 따라 급변침하는 게 다반사입니다. 지속가능한 가치에 공감하며, 부속품처럼 일하지 않을 분들이라면 언제든 환영입니다.
<“MZ 사장 답지 않게 정도 걷는 고지식한 경영… 스타트업 위기라는데 극복 열쇠라 생각합니다.”>
창업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해줄 말이 있다면요?
‘내가 창업을 해도 되는 사람인가’를 가장 중요하게 고민해야 합니다. 창업을 해도 되는 사람이 있고, 안 되는 사람도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감정 기복이 심하다거나, 지속적으로 뭔가를 계속 시도한 경험 자체가 없는 사람이라면 리스크가 굉장히 크다고 전해드리고 싶어요.
왜냐면 사업의 본질은 사업을 지속가능하게 하는 것, 쉽게 말해 계속 돈을 벌 수 있게 만드는 고민의 연속이더라고요. 만약 ‘이 정도면 됐으니 잠깐 쉬자”라는 마인드로 일했다면, 뭐 하나 완성된 일이 없었을 거예요. 집착하고 집중할 체력이 간절하고도 중요했습니다.
성공해서 돈을 반짝 벌 순 있습니다. 그런데 그걸 계속, 더 많이 버는 건 다른 문제예요. 사업과 장사의 차이점이 바로 그 지점에 있는 게 아닐까 합니다.
어쩌면 MZ 사장답지 않은 되게 고지식한 경영을 하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요즘 스타트업 위기라는데 이 고지식함이 위기 극복의 열쇠가 되는 것 아닌가 합니다.
회사 로고 앞에서 사진 촬영 중인 양승찬 대표/리멤버
잠깐, 중단된 학업은 어찌 됐나요? 제적인가요?!
네 제적입니다. 다행히 언제든 다시 재입학시켜주고 학점도 유지해준다고 해서 돌아갈 여지는 있습니다. 다만 학번은 바뀔 수도 있다네요. 지금 돌이 안 된 아들이 있는데, 고놈이랑 같은 학번으로 다녀볼까 생각 중입니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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